- 순수한 감성으로 그린 서정의 미학

문예마을 31호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박은미 시인을 만났다.
박은미 시인 수상 소감
학교 다닐 때 '어버이날' 감사 편지에 담을 말이 없어서 단 세 줄 정도 쓴 기억이 생생하다. 글에 대한 두려움에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사십 중반에 글쓰기를 위한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열심히 했고 신비로운 체험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고작 이 년 만에 그만두었다.
신앙과 전업주부로써의 삶에 몰두하던 중 광주가톨릭평생교육원에서 육십 중반에 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설렘 속에서 창작하는 재미에만 푹 빠졌지 정작 문단에 등단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조선의 지도교수님의 격려와 물심양면으로 지지해 주는 남편과 자녀들, '시꽃피다'회원들의 성원 덕분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되었다.
부활 성야 때 신인 문학상 당선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뻤으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체됐다. 이 자리를 빌어 많이 부족하지만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문예마을의 번창도 기원한다.
벚꽃처럼 짧게 머문 자리에도 그동안 품어 준 사랑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가슴 뭉클하다. 사랑으로 움튼 새순은 한 잎 두 잎 정진하여 푸르러져 갈 것이다. 항상 시작은 끝을 향하기 마련인데 詩라는 작은 촛불 하나로 나와 내 주변을 밝히는 큰 빛이 되고 싶다. 이끌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지극한 고마움을 전한다.
입꼬리에 붙은 웃음
박은미
볼에 우물이 생겼어요
까르르르 입가에 방울방울 내려앉아요
배냇짓하는 웃음에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요
빨래를 들어 올린 바지랑대
멋지게 차려입은 옷들을 찰랑거리게 해요
거꾸로 된 우물에 잠겨 오색으로 빛나는 소리
마음껏 퍼가세요
생각이 환해질수록 어둠에 사로잡히기 쉬워요
마음을 여물게 하는 힘은 말뿐이 아니에요
밝은 웃음은 유쾌한 공감을 자아내고
휘발되지 않는 따스함으로 남아요
오늘 눈앞에 준비된 휘황한 보물을
절대 놓치지 말아요
웃음은 神만이 줄 수 있는 귀한 시그널이니까요
심사평
송귀영(시, 시조, 평론, 한국 시조협회 부이사장)
박은미 님의 응모작 5편 중 [입 꼬리에 붙은 웃음], [파리 불안을 확대하다],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다], [다윈의 정원] 등 4편을 신인 문학 당선작으로 뽑아 들었다. 시인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사물을 유동성을 세밀히 파악하고 일상적 역할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래함으로써 더욱더 근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시의 세계를 유영하고 있다. 특유한 자신만의 개성적이고 생생한 시적 이미지가 대상을 선명하게 밝혀준다. 다양한 언어의 채굴과 외연 확대로 서정 미학에 통찰력을 담아내는데 조금도 서투름이 없어 높게 평가된다.
박은미 님의 [입꼬리에 붙은 웃음]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제가 특이하다. 인용한 시에서 “마음을 여물게 하는 힘은 말뿐이 아니에요”과 “웃음은 신만이 줄 수 있는 귀한 시그널”을 시어 차용은 참으로 신선하고 기발하다. 아기를 어르는 그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지 다정다감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어린 아기의 배냇짓과 찰랑거리는 미소의 정을 듬뿓 쏟는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