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김희정 시집 『골령골』은 서사시의 형식을 여타 다른 서사시와는 궤적을 달리하고 있다. 즉, 김희정 시인의 <서사시 골령골>은 소설적 기법을 통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궁극적인 피해의 실재인 ‘민간인’을 대상으로 국가적 폭력을 나레이션 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이라는 국가적 비극 속에서 피해자가 된 개인사(個人史)와 이웃의 학살에 관련한 권력 집단의 진실에 대한 은폐는 어떤 다른 경험에 의해서도 파기될 수 없는 유일한 실재이고 변화하는 외적 현상의 밑바닥에 놓인 존재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희생자의 삶과 살아남은 자의 진행되는 삶에 대한 유가족의 아픈 일상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접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49편의 연작시의 순서마저도 깨뜨리고 한편 한편이 독립적으로 생명력을 갖게 하려고 하는 고충도 엿보였다. 


산내 『골령골』은 이제는 파기할 수 있는 모든 개념적 영역에서 벗어나 있게 되었다. 국가의 폭력을 거부하는 맥락에서 더더욱 그렇다. 또 다른 은폐는 속성 자체에 대해 언급할 수도 없다. 이것은 일원적(monistic)이라기보다는 불이(不二)로 불릴 수밖에 없다.


 인간의 속박과 고통이 무지에서 기인한다고 전제하면 무지는 실재에 대한 인식 즉 범아일여(梵我一如)의 인식을 통해 극복된다고 한다. 시인의 『서사시 골령골』은 한국전쟁기의 참담한 폭력에 대한 인식이 생산해 낸 산물이고 치유적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극복된 무지는 태어남이나 죽음과 관계없는 삶을 누리게 된다. 


 여기서 시인의 서정적 접신을 통해 자아도 궁극적 실재의 경험 가운데 구분된 채로 존재할 수 있었고 실재의 경험을 자아와 비자아의 구분이 말살되지 않는 자신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통으로 인한 접신 혹은 실재의 단일성을 의식하게 되었다. 이는 인간의 학습과 반성의 결과가 스스로 물질적 접신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창조적이고 파괴자인 신의 일부임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배운 것이다. 더불어 산내 골령골에 깃든 피해자를 위한 구제가 의무와 제식의 수행하거나 지적인 이해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를 직면하게 한다. 


 결국 문학은 인간의 신에 대한 봉사를 자신을 온전하게 바칠 수 있는 것으로 기록할 때 독자와 함께 감동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그것을 통해 무지와 이기심 그리고 권력의 카르마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개체성과 바른 의식을 보존하고 문학을 통해 신의 무한한 영광 속에 최고의 희열을 누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생산성 있는 창조적 상상력을 공여하게 될 것이다.

박재홍(시인·문학마당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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